
1. 왜 지금 화제인가 — DNA 일치했는데 경찰은 '없다'고 했다
36년 만에 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왔는데, 경찰의 한 통 안내가 그걸 막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DNA 검사에서 친자관계가 배제되지 않는 보호자가 검색됐다고 알렸는데, 경찰청이 해외입양인 박아름 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정반대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가족 관계로 추정할 수 있는 DNA가 없다." 이 안내를 믿고 기다렸다면, 상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 한눈에 보는 사건 요약 — 국과수 "친자관계 배제 불가" 통보 → 경찰청은 "일치자 없음" 안내 → 본인은 사설탐정에 700만 원 의뢰 → 6주 만에 어머니 찾아 상봉
이 사연은 최근 JTBC 뉴스룸 단독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뒤늦게 알려진 경찰의 해명은 더 논란을 키웠습니다. 담당자가 영어가 서툴러 번역기를 썼을 수 있고, 그 담당자는 이미 퇴사해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 무슨 일이 있었나 — 36년 헤어짐의 경위
박아름 씨는 36년 전 인천에서 아버지와 외출했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습니다. 당시 올림픽을 앞두고 거리 아동을 대거 보호시설로 보낸 사회적 배경도 있었습니다. 입양 후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와 헤어진 경위를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6년 전 실종아동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DNA를 등록하고 딸을 기다려왔습니다. 2년 전, 박 씨가 주보스턴총영사관에 친가족 찾기를 신청하고 DNA 검체를 제출하면서 두 사람의 유전자는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국과수는 작년 봄 "박 씨와 친자관계 성립이 배제되지 않는 보호자가 검색됐다"고 국가아동권리보장원(보장원)에 알렸고, 보장원은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해당 보호자의 추가 검사를 요청했습니다. 모든 절차가 정상이었다면, 그때 상봉이 이뤄졌어야 했습니다.

3. 사건 타임라인 — '일치'와 '없음' 사이의 1년
| 단계 | 내용 |
| 검체 제출 | 2년 전, 주보스턴총영사관에 친가족 찾기 신청·DNA 검체 제출 |
| 국과수 결과 | 작년 봄, 친자관계 배제 불가 보호자 검색됐다고 보장원에 통보 |
| 보장원 조치 |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보호자 추가 검사 요청 |
| 경찰청 안내 | 박 씨에게 "일치하는 DNA가 없다"는 정반대 내용 이메일 발송 |
| 본인 판단 | 작년 말 민간 조사업체에 의뢰, 700만 원 입금 |
| 상봉 | 6주 만에 어머니 찾아 연락, 최근 한국에서 첫 추석 함께 |
핵심은 이렇습니다. 과학적 증거(일치 가능)는 있었는데, 행정 안내(없음)가 그걸 덮어버렸다는 점입니다. 박 씨는 "공식 절차만 기다렸다면 가족을 못 찾았을 것"이라는 해외입양인들의 조언을 듣고 사설탐정을 썼습니다.
4. 경찰의 해명 — '번역기'와 '퇴사한 담당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경찰청 자료를 받아 사실이 드러난 뒤, 경찰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시 담당자가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 번역기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담당자는 이미 퇴사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내 삶을 망쳐놓고"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담당자 한 명의 실수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5. 사설탐정은 어떻게 6주 만에 찾았나
박 씨가 700만 원을 입금하고 민간 조사업체에 의뢰한 뒤, 결과는 놀랄 만큼 빨리 왔습니다. 불과 6주 만에 어머니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탐정은 경찰에 대리 신고를 했고, 경찰은 입양 기록에 나온 정보와 이름 등을 전산 조회해 단 하루 만에 어머니를 찾아냈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 처음부터 경찰이 제대로 안내했다면, 700만 원도, 6주도 필요 없었던 일입니다. 전산 조회 한 번이면 될 일을, 잘못된 이메일 한 통이 1년 넘게 가로막은 셈입니다.
박 씨는 최근 한국을 찾아 어머니와 처음으로 추석을 함께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꼭 안고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고, 딸을 위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습니다. 샤워를 마친 딸의 머리카락을 부드러운 손길로 말려주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가족이 나를 찾고 있었다는 걸 알기 전과 후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6. 남은 과제 — 해외입양인 가족 찾기의 현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박 씨 개인을 넘어섭니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해외입양인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보장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보장원에 따르면 2024년 해외입양인의 입양정보공개 청구는 3,374건, 그중 가족과 상봉한 경우는 259건(7.7%)에 불과합니다.
상봉률이 낮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해외입양인이 민간 조사업체를 찾습니다. 한 입양인 지원 단체 관계자는 사설탐정에게 의뢰했다가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박 씨는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가족을 찾는 일이 정부가 아닌, 개인의 경제력과 운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전산 조회라는 도구는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다루는 손이었습니다. 정확한 안내 하나가 36년의 기다림을 끝낼 수도, 1년을 더 미룰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이 보여줬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DNA가 일치했는데 경찰이 왜 "없다"고 안내했나요?
경찰은 담당자가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 번역기를 사용했을 수 있으며, 담당자가 퇴사해 구체적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Q. 사설탐정은 어떻게 어머니를 찾았나요?
탐정이 경찰에 대리 신고를 하자, 경찰이 입양 기록의 정보와 이름 등을 전산 조회해 단 하루 만에 어머니를 찾아냈습니다. 전체 과정은 의뢰 후 6주였습니다.
Q. 해외입양인 가족 찾기는 어떻게 신청하나요?
국가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정보공개를 청구하면 DNA 검체를 국과수에 보내 실종아동·보호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합니다. 재외공관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상봉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2024년 기준 입양정보공개 청구 3,374건 중 실제 상봉은 259건(7.7%)입니다. 절차가 길고 상봉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습니다.
36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모녀의 첫 추석은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그 따뜻함에 이르기까지, 한 통의 잘못된 이메일과 700만 원짜리 사설탐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겁니다.

